TEABOOK
카테고리
작성일
2021. 9. 26. 17:50
작성자
pH02

크루엘라

2021 06 08

5.0 ★★★★★

 

크루엘라 드 빌!!!!!!!!!!!!!

영화 보고 나왔는데 10분 후에 다음 상영이 있길래 연달아 관람했다. 정말 즐겁게 관람해서 또 보고 싶다.

도덕적으로 불편한 부분(동물학대, 모피사업)을 솎아냈는데, 게으르게 없애버리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괜찮은 방식으로 뒤집어놔서 더 좋았던 영화. 악당을 정당화한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크루엘라가 실존인물도 아닐 뿐더러 101마리 달마시안이 모티브일 뿐 같은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로 보면 되지 않는가?

원작을 반드시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시대에 발맞춰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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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에 디즈니 성 나오는 부분 배경음악도 좋고 흑백에다 디즈니 글자만 붉은색으로 나오는 연출 좋았다. 크루엘라의 데뷔 무대가 흑백파티였단 점도! 남작 부인은 흑백드레스에 강렬한 색상의 립이고 크루엘라는 흑백머리에 같은 색깔 립 그리고 새빨간 드레스ㅋㅋ 최고!

나폴레옹 모티브 드레스의 새빨간 자락으로 남작 부인 차 감싼 장면도 좋았다. 드레스자락 넘예뻐서 그것만 쳐다보느라 상의 나폴레옹인 건 두 번째 관람에야 눈치챘다. 이래서 영화 두 번 보는 걸 좋아한다.

학교에서 쓰레기장에 처박아졌지만 버디를 만났고, 헬만 힐에서 도망치며 쓰레기차에 또 처박혀서 버디와 함께 런던에 갔던 에스텔라. 10년 후 크루엘라로서 퍼포먼스할 때와 경찰서에 트럭 갖다박고 친구들 구할 때 쓰레기차를 이용한 부분이 좋았다. 고아에 범죄청소년으로 자란 쓰레기장 인생이었지만 에스텔라도 크루엘라도 쓰레기가 아니야 빛을 감출 수 없는 보석이다. 그걸 가능하게 한 건 크루엘라의 패션에 대한 열정과 가족들의 사랑이다.

 

처음 볼 땐 에스텔라도 한성깔 하는구나 싶었는데 두 번 보니까 에스텔라일 때는 진짜 얌전하고 착하게 산 거였다!!!! 이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진심. 너무너무 착하다.

남작 부인한테 땡큐 했는데 지적받고도 무심코 계속 땡큐 해버리고 마는 장면, 오션스8처럼 일부러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려고 낮잡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항상 웃고 친절하게 말하는 젊은 여성은 가장 만만하게 보이니까.

하지만 크루엘라는 a little bit mad

나방 장면에선 기절할 뻔했다. 어떻게 저런… 저런깜찍러블리섹시천재가ㅠ 한두 번 해본 범죄가 아니다 이거지. 진짜 천재만재다…….

학교 들어가자마자 자켓 뒤집어서(안감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건가?) 입은 것도, 교장실 불려갈 때마다 본인 의도든 아니든 패션 매번 다른 것도, 청소부로 일하다 캐스팅된 것도, 실력으로 남작 부인이 가장 가까이 두는 디자이너가 된 것도, 크루엘라로 활동할 때의 과감한 퍼포먼스도 다 좋아 서 어쩔 줄 모르겠다. 진심 쇼맨십 짱이야.



시그니처 드레스 선택 후 건배하러 갔을 때 남작 부인은 공개되지 못한 걸작과 함께 묻혀버리는 재능있는 여자들처럼 되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지만 남작 부인은 본인도 짓밟히지 않기 위해 다른 여자의 작품을 훔쳐가고 짓밟아서 묻어버린 것 정말 악랄하다. 하지만 여성 악역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악역vs악역 구도인 점도, 둘 다 여자인 점도 취향에 쏙 맞아서 즐거웠다.



에스텔라가 자신이 남작 부인 딸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분수대에 갔을 때 내뱉는 '크루엘라'란 단어가 나는 그리도 끔찍했나 처럼 들려서 얼마나 맘아팠는지 흑 흑흑

Born brilliant, Born bad, and A little bit mad

목걸이 훔칠 결심 한 후에 에스텔라는 넣어두고 크루엘라를 꺼내면서 다정한 말은 전혀 안 하게 되었다. 그게 남작 부인 따라다니면서 본 '잔인한' 면모를 닮아간 거라고 생각한다. 크루엘라가 그렇게 태어나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인 게 아니라, 짓밟히는 입장에서는 짓밟고 올라가는 방법만이 지름길이었기에 무심코 남작 부인 방식을 그대로 쓰게 되었을 것 같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에는 자기도 증오하는 남작 부인과 똑같은 인간이 될 뻔했단걸 깨달은 거고.

 

퍼피킬러 퍼포먼스 후 가게에서 음식 주문하는 장면에서 코트 뒷부분에 점박이패턴 보이는데 저대로 괜찮은건가?? 했는데…… 경찰에게 도망치려고 일반인인 척한 게 아니라 그냥 친구들이랑 먹을 저녁식사 사가는거였다 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작 부인과 싸우면서 남작 부인 방식대로 막대해버렸지만 가족들을 사랑했다고.. 진심으로 아꼈다고.. 우리끼리일이니까 쟤넨 놔주라 한 것도 그렇고..

가족이라 오히려 모질게 굴었지만(가족에겐 오히려 쉽게 대하고 당연하게 여기곤 하지요 가깝고 편할수록 잘해주자고) 이후엔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도 정말 사랑스러운 가족들이라 울어버렸다.

크루엘라는 싸이코가 아냐 싸이코에게서 태어났지만 천사같은 캐서린의 딸이고 남작부인과 달리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 !!

 

다들 남작 부인 죽일까봐(크루엘라가 살인자가 되어버릴까봐) 조마조마 걱정했는데 크루엘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할 일을 다 해내는 모습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이지 않을 거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지그 방법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지, 하는 거 농담이면서(죽일 필요가 없다면 농담) 진심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마지막의 마지막 계획일것같다 진정한 복수는 살아서 고통스럽게 하는 게 제일이라는 입장일 것 같으니.

애초에 퍼피킬러 건까지의 복수 계획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남작 부인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실력으로 우위에 서는 방식이었고말이야. 그 과정에는 좀 범법적인 행동이 있었지만 아무튼.

나방 건은 뭐… 애초에 크루엘라 디자인이니까 크루엘라가 뭘 붙이고 싶은지는 자유 아닌지? 금고에 넣은 건 남작 부인 지시였어?

그래서 자선파티 라운지로 불러냈을 때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했는데 설마 자살로 끝맺는 건? 하는 생각 잠깐 들었다. 크루엘라는 남작 부인같은 비열한 싸이코를 위해 죽어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니겠지~ 했다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비명 지를 뻔 했다. 크루엘라 드 빌로 나타난 장면에서는 좋아서 내면의 비명 질렀다.

이제 친구들이랑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사는 거야 ㅠ_ㅠ

 

여성 캐릭터

디즈니는 요새 시대에 맞는 여성 캐릭터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지금까지 돈 실컷 벌어놓은 걸로 과거의 디즈니를 꼬집으며 모른체 하는 게 얄밉기도 하지만, 이런 작품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건 반갑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혈연으로 쓸데없이 구질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크루엘라는 캐서린의 딸이고 재스퍼와 호레이스의 가족이다. 라고 말해서 좋았다. 모성애 언급 전혀 없는 것도!! 바로네스의 끔찍함을 묘사하는 데 여자와 어머니로서의 면모는 전혀 들어가지 않고 나르시시스트, 싸이코라고 한 게 좋았다. 그래도 나르시시트라고 한 건 모성애 없는 냉혈한! 이런의미였겠지만, 그건 남자의 발언이고 크루엘라에게 남작부인은 기반 탄탄하고 유능한 잔인함이었다. 

크루엘라가 매정하게 굴 때에도 '쟨 여자도 아냐.' 이런 말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학교에서도 남자애들이 먼저 시비털었는데 남자애 혼나는건 한번도 안보여주고 에스텔라만 주구장창 불려가는 것도 편견과 차별을 나타냈고 아니타 소개할때 내 친구(카메라에 남자 비침) 얘말고 한것도 ㅋㅋ 의도한 연출이라 정말 웃겼다.

근데 바로네스=남작 부인 아닌가? 남작 부인 원래 이름은 뭘지 궁금해

 

남작 부인 따까리들

존이랑 로저랑 그… 미니언즈 닮은 비서 이름 까먹음 한 번밖에 안나와서 J로시작했던거같은데?

두 번 보니까 존의 의미심장한 시선과 행동과 발언이 전부 눈에 들어와서 정말 재밌었다.

그러고보면 존은 남작의 집사였을 텐데 20년 넘게 싸이코 남작 부인 밑에서 고생했네… 천사 같은 캐서린에게 에스텔라를 맡긴 게 존의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짓이다. 드 빌의 집사로 잘 살아보세용!! 화이팅!

캐서린이 헬만 힐 찾아왔을 때 캐서린 맞던 사람도 존. 파티에 숨어들어온 에스텔라 발견하고 나서 눈에 안 띄게 모자 쓰라고 한 사람도 존. 후줄근한 꼬맹이 들어와서 파티 분위기 망치지 말라고 모자 씌운 줄 알았는데 에스텔라 보호하려고 그런 거였다.

흑백파티에서 크루엘라 의미심장하게 지켜보다가 지팡이 붙잡고 팔만 잡아서 데려간 사람도 존. 흑백머리 보고 특이하다고 하니까 요새 애들 다 그러고 다닌다고 말한 사람도 존. 남작 부인이 에스텔라 오면 자기 방에 가둬두라 했을 때 걔는 크루엘라 아니라고 말한 사람도 존. 나방으로 행사 망치고 공원에서 크루엘라 공연하는데 음악 좋네요 한 사람도 존.

너무 좋다… 거의 자기 딸처럼 신경쓰고 아꼈어 ㅠㅠ 그런데 아빠 포지션으로서 크루엘라의 비중을 잡아먹지는 않고 든든한 삼촌과 그림자 같은 집사 사이의 어드메라서 좋았다.

로저

귀여움…….

로저는 나(크루엘라)때문에 잘렸다고 했지만 진짜 이유는 로저라서야. 루저 말장난인가 싶어서 웃기다. 이 나레이션 때문에 로저도 크루엘라 팀에 합류할 줄 알았는데, 쿠키영상 전까지는 안 나와서 어리둥절했다.

검색해보니까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달마시안이 로저&아니타 부부의 강아지들이라고!!!! 우와 어떻게 만나게 되는 거지? 후속작 나오면 좋겠다.

미니언즈

에스텔라 이에 명함 물려준 사람ㅋㅋ 안경이 커다래서 눈이 모아진것처럼 보이니까 미니언즈같고 귀엽다.

쥐나 벌레 보면 비명지르는거랑 큰일나면(금고 안열린다든가 존이 음악좋네요 이딴말한다든가) 눈치 보는거 귀여웠다. 코미디 요소를 잘 버무려준 캐릭터!

 

크루엘라 패밀리

버디&윙크

러 블 리

크루엘라 재스퍼 호레이스가 갱어쥐들 진짜 사랑하는 게 보여서 귀여웠다. 이름도 사랑스러워 윙크~~! 영화 내에서는 한 번도 윙크의 장애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게 좋았고, 그럼에도 장애견을 등장시키고 그 특징으로 윙크란 사랑스러운 이름을 지어준 게 좋았어. 아동영화에서 이런 메시지 넣는거 좋다!

 

재스퍼

통찰력 있다는 나레이션부터, 얘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홈리스인 것도 한 번에 알아보고 에스텔라를 가족으로 받아주기도 했고, 에스텔라가 정말 원하는 삶을 꿰뚫어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줬다.

가족 사이에 중요한 건 따뜻한 격려라는 것도 꾸준히 언급했구… 크루엘라가 사과하고 너넨 내 가족이야 내 모든 것이야 하니까 가족으로서 용서하고 받아주었다. 남작 부인을 죽일까봐 걱정해주기도 했는데 이것도 크루엘라의 마음을 꿰뚫어본 것 같다. 진짜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크루엘라는 남작 부인을 죽였을 거라고. 하지만 크루엘라는 유능해서 남작 부인에게 성공적인 복수를 했지. 넌 천재야.

호레이스

너무 귀여움ㅋㅋ 과거 장면에서 걔 따돌린 것 같아! 할 때도 그렇코 백화점 취직했다니까 그래서 계획이 뭐야? 하더니 바로네스 취직하니까 그게 계획이구나.

경찰서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재스퍼가 크루엘라랑 같이 안가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호레이스는 어리버리말랑하게 그래! 우리기리 튀김사먹을까!? 이러고 약간 유치하게 구는것도 귀여웠다.

크루엘라가 출생의 비밀 말하니까 바로 뒤돌아서 내 심장 찢어졌어.. 하는거 너무 웃기고 사랑스럽다. ㅋㅋㅋㅋ

호레이스가 얼레벌레 흔들린 것도 재스퍼가 단호하게 끊어내려 한 것도 에스텔라를 가족으로 여겼고 사랑해서였다. 재스퍼는 가족이라면 정말 사랑한다면 그렇게 굴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단호하게 군거고.

하지만 가족이다. 사랑이 가득한 가족이다!!

달마시안 세마리

얘네도 귀여워 얘네도 패밀리야

남작 부인은 달마시안을 오래 길렀지만 애정을 주는 것보다는 소유물로 여겼고, 호루라기로 길들이고, 일부러 폭력성을 자극하고, 살인까지 시켰는데(캐서린이 아니더라도 열살정도 꼬맹이한테 그 덩치의 개 세 마리로 쫓게 하는 건 물어 죽이라는 거잖아!?) 전혀 개들에게 좋은 양육환경이 아닌 것 같아…!!

크루엘라 패밀리에 들어오면서 산책도 직접 시키고(재스퍼랑 호레이스가 다 했을 것 같지만) 같이 TV 보고 같이 자고 감정적으로 더 가까이 지내고 잘해줘서, 라운지에서 남작 부인의 명령보다 크루엘라를 더 중시한 게 좋았다. 달려가는 거 보고 조마조마하면서도 호루라기 든 사람 명령을 우선시하는 건가? 했는데 호루라기는 그냥 관심 끄는 용도였고 각 달마시안들을 이미 자기 편으로 만든 거였다. 크루엘라 패밀리가 정서적으로 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줬다.

그러고 보니 불 질렀을 때 달마시안들이 크루엘라한테 뛰어가려고 낑낑대는데 남작 부인이 끌고가버려서 다시 본 게 반가워서 달려간 듯하다. 귀엽네..

나중에야 깨달았는데, 마지막에 쟤 살찐거야? 한거 살찐 게 아니고 임신한 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즈니는 후속작을 내달라!!

 

엔딩 크레딧에서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다면 펫샵말고 유기견 보호소에 가자고 써있는것도 좋았다.

개와 고양이를 사고 파는 사업 때문에 많은 품종견 품종묘들이 새끼공장으로 쓰이고 최소한의 면적과 먹이만 받은 채 살아가고 있다. 동물권에 대한 메시지도 담아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